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페루] 파라카스 - 좋은 기억들이 남아 있는 곳
    여행 2016. 12. 2. 02:58



    어릴때 시골에서 살았다. 시골하니 산골같은 그런 느낌인데 처음에는 읍이었다가 나중에 시가 된곳. 사람들이 적당히 살고 그런 동네였는데 국민학교 1학년 전후 였던거 같다. 버스 정류장에서 얼굴이 까만 정장을 말끔이 입은 흑인 젊은남자 두명을 보게된다. 그 전에는 외국인이라고는 전혀 본적이 없었던가? 아마 있기는 했었을것이다. 하지만 흑인을 본적은 처음이었다. 애들은 다 그렇듯이 감정을 호기심을 숨기지 못한다. 그냥 빤히 바라봤던 기억만 남아 있다.


    파라카스라는곳은 리마에서 버스를 타고 3시간 반이 걸려서 도착한곳이었다. 바예스타 섬에서 팽귄이랑 새들 그리고 바다표범 (sea lion)을 보는 배 관광으로 베낭 여행자들이 아침에 들렀다가 관광후 이카나 나스카로 떠나는 잠시 머물렀다 가는 곳이다.


    리마를 떠나 샌드 듄 (모래 사막)이 왼쪽으로 오른쪽으로는 바다가 이어진다. 아타카마 사막처럼 바다에서 바로 모래사막으로 연결되고 일년내내 비가 좀처럼 내리지 않는다고 한다. 


    버스타고 가는 곳 중간중간 사막에는 판자로 된 집들이 보이고 또 옥수수대로 판자집처럼 만들어놓은 집들이 보인다. 사람이 사는것일까? 판자집들에는 수도 같은건 없을거 같다. 가난한 동네들이 지나간다.


    파라카스 정류장에서 호텔까지는 1마일이 채 안되는 거리이다. 애가 없었으면 충분히 걸어갈 만한 거리. 버스 정류소는 말끔했다. 하지만 택시는 보이지 않는다. 


    스페인말을 하는 어떤 아저씨가 택시 찾냐고 묻는다.

    나는 그때까지도 사기를 안 당할려고 방어 모드였다.호텔 어디 가냐고 (대충 짐작에) 해서 호텔 파라카스라고 이야기하니 10솔을 달라고 한다.

    너 내가 외국인이라고 지금 더 달라고 하는거지? 

    손바닥 한쪽을 쫙펴서 씽코라고 이야기 해본다.

    그 아저씨 안된다고 노노노노. 10솔 달라고.

    5솔이나 10솔이나 1불 50센트 차이이다.

    그걸 이겨 먹으려고, 나는 가끔 머리속 회로가 잘 못 된거 같은 때가 있다.

    이럴때 남편은 상황판단을 잘 하는 편이다.

    이 택시 안타면 걸어가야 할 판인데 와이프는 1불 50 센트 깍겠다고 택시기사랑 실강이 중이라니.

    그냥 타잔다. 

    이거 안타면 걸어가야해. 

    갑자기 정신이 확들어서, 주머니에 있는 동전을 다 꺼내서 기사에게 보여준다.

    9솔 이었다.

    기사가 보더니 오케이를 한다. 

    택시로 딱 2분 걸리는 거리였다.

    나중에 돌아올때 알게된건 호텔에서 택시를 불러주는 가격도 10솔이었다는거. 미리 불러 달라고 할껄.


    동네에 택시도 몇 안되는 그런 작은 어촌마을이다.

    그 다음날 호텔에서 자전거를 빌려서 (무료임) Reserve de National Paracas라는 해양 보호지역으로 사막 바람을 거슬러 올라갔다. 마을에서 4마일쯤 갔을때 입장료 받는 간이 건물이 나왔고 (나보고 북한 남한 물어보던 곳.) 1마일을 더 가서 작은 박물관이 나왔다. 


    사막을 자전거 타고 파라카스 해양보존지구 가는길


    박물관은 크게 볼건 없었다. 300만년전 화석들이 몇가지 있었고. 나에게는 3만년이나 30만년이나 300만년전이나 그 시간의 차이를 이해할 지식이 부족하다. 오래된 화석.


    바다쪽으로 들어선 별장들, 어촌쪽 풍경과 많이 다르다


    그 곳에는 한국말로 하면 현장체험? 소풍 이런걸 초등학교에서 와서 아이들이 많았다. 물론 동양인은 이 어촌 마을에는 배 투어 가는데 빼곤 많이 없을것이다. 그 시간에 그 장소에 동양인은 우리 가족이 유일했다. 지나가는 동안 다들 쳐다본다. 


    박물관앞쪽으로 바다고 갈 수 있는 길이 있다. 사막을 따라가는 길. 그림을 끝낸 아이들이 삼삼오오 걷거나 뛰어서 가고 있다. 그 끝에서 만난 아이들은 말을 걸어온다.

    올라

    꼬모에스따스

    귀엽고 그냥 신기한걸 보는듯한 눈이다.

    내가 처음 흑인 아저씨 두명을 봤을때랑 비슷한 호기심 가득한 눈.


    사막으로 난 길을 따라 자전거 타고 가는 길은 꽤 좋았다. 이제 여름 초입이라 낮의 온도는 75도 정도로 좋았지만 열기가 있는 바람은 약간은 뜨거웠다. 한 여름이 되면 자전거 타기에는 적당하지 않을듯.


    파라카스 해양 공원 박물관 앞 쪽 바다 가는길


    우리가 묶은 호텔 이름은 호텔 파라카스. SPG 포인트로 예약해서 만 포인트로 묶었는데 포인트에 비해 상당히 훌륭하다. 

    호텔 캘리포니아처럼 단순하지만 입에 딱 붙는 이름이다. 

    이 어촌 마을은 이 호텔을 기준으로 양쪽으로 눈에 안보이는 선이 있다. 호텔에서 항구쪽은 어촌 마을 사람들이 살고 호텔을 끼고 반대쪽은 바다를 따라 아름다운 별장들이 지어져있다. 

    집들은 단순하게 네모형태로 하얀색 벽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큰 창문들로 보이는 인테리어는 모던하고 좋은 가구들로 장식되어 있었다.

    주중이라 그런지 집들은 사람이 사는거 같지는 않았는데 집 안은 훤히 들여다 보인다. 



    호텔은 목요일날 도착했다. 이곳은 그냥 쉬러 온 곳이라 일찍 체크인을 해 달라고 했고 다행히 바닷가 앞쪽에 뷰도 좋은 방으로 받았다. 앞에 패티오도 있어서 점심은 바다 보면서 패티오에서 페루 온 후 처음으로 느긋하게 먹었다.


    이 호텔을 정한건 순전히 수영장 사진때문이었다. 수영장은 두군데. 아이들용으로 가본다.

    일찍 체크인해서  수영장에는 우리 외에 아이들을 데리고 온 다른 가족밖에 없다. 

    조용하고 비치체어에 가방을 내려놓자 마자 수건을 세개 들고 직원이 온다. 

    이 호텔은 서비스가 페루에 세곳 스타우즈 호텔중에 최고이다. 뭔가 필요하면 딱딱 알아서 말도 하기전에 알아서 서비스가 이루어진다. 우리한테는 좀 과하다 싶을정도로 서비스가 좋다. (그 반면에 쿠스코 팰리시오는 서비스 별로) 


    애는 수영하고 나는 앉아서 종의 기원을 마저 다 읽었다. 이 책을 읽고 나니 에세이로 나온 히말라야로 시작하는 책도 읽고 싶어진다.


    날씨는 적당히 수영하기 좋고 바닷 바람이 따뜻하게 불어서 평화롭다.


    수영후 내일 투어를 알아보러 여행사를 가본다.

    밖에 나가서 예약하면 훨신 싸다. 

    반이나 1/3가격일듯.

    우선 바예스타 투어부터 알아본다.


    펭귄은 요게 다 인 모양. 몇 마리 못 보고 왔다고.



    애는 팽귄을 보고 싶다고 해서 새를 너무 너무 무서워 하는 나는 안가고 남편이 데리고 가겠다고 한다.

    배는 호텔안의 선착장에서 출발해서 편했다. 방에서 선착장이 보였다.

    아침 8시 20분 출발이고 8시까지 나오라고. 

    (다음날 사람들이 줄서 있는거 보고 나갔는데 8시10분에 사람들 다 모이니 배가 출발) 

    내가 하고 싶었던 나스카 라인은 

    피스코 공항에서 출발하는걸로 알아봤는데 다 팔리고 없단다.

    그렇다고 버스타고 2시간 넘게 나스카까지 갈 시간은 없어서 포기한다. 사진이랑 똑같겠지 뭐. ㅠㅠ

    저녁먹을때까지 시간이 남아서 자전거를 타고 동네 구경을 간다. 

    아침에 바예스타 섬 투어는 10시 좀 넘으면 끝나고 대부분의 여행자들은 버스를 타고 다른 도시로 간다.

    항구쪽의 식당들은 조용했다.

    한국서 많이 보던, 어촌가서 횟집에서 보이던 플라스틱 의자들이 즐비한 식당들이었다.

    메뉴는 세비체 위주.

    동네는 작고 볼건 없었다.

    왜 어촌 앞에는 항상 가난한이 붙는걸까.

    파라카스의 반은 가난한 어촌동네이고 나머지 반은 부유한 별장동네. 자전거를 타고 양쪽을 다 구경해 본다. 


    파라카스 저녁, 색깔이 너무 너무 이쁘다.


    파라카스 아침 일찍, 바다로 구름이 서서히 물러나고 있다.


    저녁은 바에서 하늘이 분홍으로 물드는걸 보며 세비체와 해산물 튀김과 이 동네에서 아니 페루에 오면 꼭 마셔봐야 한다는 피스코 사워 (pisco sour)를 마셔본다. 시럽을 적게 넣어 달라고 했는데도 약간 단맛이 나는 칵테일. 고산에서 머물러서 독한 술을 못 마시다가 알콜이 들어가니 적당히 기분이 좋다.

    하늘 색도 좋고, 페루 여행의 마지막 밤인셈. 


    페루의 유명한 피스코 사워, 파라카스 근처 동네 이름이 피스코, 피스코에서 나오는 술로 만든 칵테일


    페루에서 두번째 먹은 세비체, 맛있음



    세번째 세비체. 페루에서 총 3번의 세비체를 주문해 먹었다.


    이 호텔에서 보게된 특이한 장면은

    가족단위로 애들데리고 많이 오는 호텔인데 이제껏 머물렀던 호텔은 관광지라 대부분 관광객들, 다른 나라에서 온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면 이곳은 페루의 부자들이 오는 호텔 같았다. 쿠스코쪽에서 봤던 생김새가 아닌 백인쪽에 더 가까운 사람들, 키가 크고 햐얀편인데 스페인어을 하는 사람들. 

    아이들은 그룹으로 모여서 레이져를 타거나 보드타기를 하고 식당에서도 부모없이 와서 애들끼리 주문을 하고 먹는다. 한 그룹만 봤었으면 특이하네 했을텐데 우리가 떠나던 날 점심을 먹던 식당안에 애들만 있는 그룹이 더 많았었다. 부모들은 다 어디로 간걸까? 


    처음으로 SUP을 했다. 



    나는 애랑 남편이 보트 투어 간 사이에 정말 정말 하고 싶었던것 중의 하나였던 Standing Up Paddle (SUP)을 했다. 아주 아주 쉬웠다. 무릎 끓고 중간에 앉아서 패들하다가 서서 했는데 가끔 파도가 살짝 커지면 균형을 못 잡아 넘어지긴 했지만 쉬웠고 재미있었다. 혼자 했으니 아무도 사진찍어주는 사람도 없고 했는데 자전거 타다보니 여자 아이들 3명이 SUP을 하고 있다.바다 건너 보이는 쪽은 모래 사막.

    이틀 머물렀었으면 좋았겠지만 24시간 넘게 머물면서 이것 저것 많이 보고 많이 즐기고 생각할 것도 많이 제공해준 파라카스를 떠났다. 여기서 부터 리마까지 버스타고 비행기를 두번타고 27시간만에 집에 도착한다.





Designed by Ti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