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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푸른 사과가 있는 국도 - 20년후
    매일매일 2019. 5. 14. 05:18



    주인공은 만 25세가 되기 일주일전 먼지가 날리는 국도를 달리다가 잿빛 구름이 드리워진 하늘아래 스카프로 얼굴을 반쯤 가린 아낙이 파는 푸른 사과를 사서 남자친구의 친구가 민박을 하며 산다는 서해안으로 가는것으로 이야기는 시작된다.

    이십오세가 막 되기전의 주인공은 대학을 중퇴하고 집을 나와서 백화점 판매원으로 살아가고 있다. 이 책을 산건 내가 비슷한 나이에 일하던 도시에서 칼바람 불던 날 저녁을 먹고 어슬렁 거리며 구내식당 옆 서점에서 이 책을 보고 참으로 특이한 제목이구나 하며 집어들었을것이다. 초록, 파란 사과도 아니고 푸른 사과라니.

    이 책이 나온후 얼마지나지 않아서 삼풍백화점이 무너졌고 백화점 직원으로 일하는 친구 이야기를 쓴 정이현 작가의 글이 생뚱맞게 생각이 났다. 

    책은 바닷가 도시에서 D도시에서 20년을 책꽃이에 있다가 작년에 집으로 가져왔다.

    요즘 책을 거의 못 읽고 있다.
    갑자기 누군가 청송의 사과꽃이 만발한 국도이야기를 썼길래 7번 국도가 기억이 났고 사과꽃은 그리움으로 다가왔다. (쓰고보니 오글하다. 이런 오글한거 너무 싫지만..) 7번국도는 내가 잠시 살던 그 도시를 지나간다.  

    배수아 작가가 이 책을 낸지도 20년이 훨 지났고 책 속의 주인공들은 오십이 넘었을터이다. 24세에서 27세 사이를 살아가면서 일어난 큰 이야기랄것도 없는것인데도 그때는 묘하게 비슷한 위안같은것을 받았었다. 나만 이렇게 힘든게 아니구나하는 그 정도의 위안. 그 주인공들은 지금 어떻게 살아가고 있을까. 은행원이던 어린 여자를 따라 떠난 남자친구, 자동차 정비공이었던 김신오, 그리고 겨울 한밤중 유원지에서 술을 마시던 그들은.

    보통은 이런 성장 이야기는 십대를 관통하는 이야기들이 많고 이십대는 뭔가 성취하고 연애에 성공하거나 또는 결혼을 해서 사는 좀 더 안정적인 이야기들이 많을법하고 어떻게 보면 나이만 20대이지 십대 후반에 겪어야 할 이야기들이 많이 나온다. 우리때는 고등학교에서는 공부만 하다가 대학가서 이게 아닌가 하나가 방황하던 사람들이 적지는 않을때였다. 

    90년대 중반소설인데 생뚱맞게 선물 한다를 프레젠트를 한다 이런 표현이 나오는거보면 낯설다. 만약 이 책을 20대 중반이 아닌 다른 나이에 읽었었더라면 다른 느낌으로 또는 그때 받았던 위안이나 안도감 같은것은 없었을것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또 잊고 있었던 그리움 같은것이 훅 지나간다.

    주인공이 25세에 대해 설명한건 불안정한 나날 이런거였던거 같은데 35세는 축늘어진 무기력한 나이던가 이런 비슷한 뉘앙스로 묘사를 했던데 그 나이도 지난지 오래인 지금, 35를 생각해보면 정말 생생했던 나이이다. 

     

    책을 감도는 우울감이 불안정한 날들을 보내던 시기에 딱 맞아 떨어졌을것이다. 사과를 사던 그 날도 흐렸고, 백화점에서 일하던 날들도, 디스플레이어를 만나러 가는 그날도 계속 흐린날들이었다. 

    젊었을때 책을 내면 나중에 몇십년이 흘러서 고치고 싶은데가 얼마나 많을까 생각된다. 이 소설은 중간 중간 몇군데만 살짝 고쳐보면 최근 발행책이라 해도 전혀 생뚱맞지 않을듯하다. 이미지가 강렬한 내가 어려서 좋아했었던 소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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