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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폴 오스터 겨울 일기, Paul Auster Winter Journal
    읽고 본거 2016. 11. 16. 02:36


    아직 다 읽은것은 아니나 곧 잊어버릴것이므로 적어본다.




    폴 오스터는 국내에서 아주 유명한 작가라고 들었으나 내 취향은 아닌 작가이다. 세련, 도시에서 자란 이제는 60대된 미국 작가, 첫 책은 선셋 파크 두번째 읽은 책이 겨울 일기. 둘 다 도서관에서 한글판 번역본이 있어서 읽기 시작한 책이다.


    둘 중에서 고르라면 겨울 일기가 더 마음에 든다. 일종의 작가의 메모아라고 보면 될거 같다. 아무래도 메모아류를 좋아해서 취향탓일거 같다.  겨울은 작가가 60줄을 지나면서 인생을 반추하며 겨울에 접어든거라고 짐작하는데 첫 문장이 상당히 좋다. 누구에게나 일어나지만 나에게는 절대 일어나지 않을거 같은일이 하나씩 일어난다.


    특이한 인칭 시점, 당신, you. 

    이 시점을 처음 만난건, 엄마를 부탁해에서 "너는" 으로 시작하는 문장들. 이책도 같은 시점으로 "당신은" 으로 시작하는 문장들이다. 


    마흔을 넘어 인생을 곱씹어보기 시작하는 때가 오고 많은것들이 허무하게 느껴진다. 이렇게 일해서 뭐하나, 언제 죽을지도 모르는데 뭐 그런.. 주위에 일찍 세상을 떠나는 사람도 많고 나는 60이 넘어 일을 그만두면으로 시작하는 꿈을 꾸지만 60이 넘는 인생이 주어 질지 아닐지도 누가 알것인가. 


    책에 보면 작가가 자신이 살았었던 집에 대해 각각 설명하는 부분이있다. 꽤 많은 부분으로 뉴욕, 파리, 미국 전역에 이사 다니던 부분들이 나오는데 나도 비슷하게 적어보니 19군데 집에서 살았었다. 


    작가가 이야기 한 것처럼 인생의 많은 부분은 "운"이다. 내가 어찌 할 수 없는 것들이 내가 제어 할 수 있는 부분보다 많다. 결혼을 유지하는것도, 건강도, 돈도, 공부도, 인간 관계의 많은 부분들은 운이 나의 노력보다 더 크게 작용한다. 환경이라는것도 운이다. 태어 나보니 재벌집 아들이라거나 태어나보니 아프리카의 어느 가난한 집 딸이라거나. 내가 어쩔 수 없는 것들. 


    책 도입부는 이렇게 시작된다. 


    You think it will never happen to you, that it cannot happen to you, that you are the only person in the world to whom none of these things will ever happen, and then, one by one, they all begin to happen to you, in the same way they happen to everyone else. 


    글 읽다가 좋았던 문장들. 그는 냉소적인 비유를 많이 쓰는데 리옹역에서 북새통같은 역을 빠져나와 택시 잡는 장면이 있는데 표현이 정말 예술이다. 


    그러나 일단 세 식구가 출구를 빠져나오고 보니 줄이 없었다. 역 앞에 택시들이 있고 그 택시들을 기다리는 사람들만 있었지 줄은 없었다. 인파가 너무 많아서 세명 이상만 모이면 자기 차례가 올 때까지 그 자리에서 서서 참을성 있게 디다리는 습관이 몸에 밴 영국인들이나 그 보다는 엉성하지만 항상 정의와 페어플레이를 해야 한다는 인식은 갖고 있는 미국인들과는 달리, 프랑스인들은 한정된 공간에 너무 많은 사람들이 모여들면 언제나 성마를 너린아이들로 변하여, 힘을 합쳐 그 상황에 어떤 질서를 부여 하려 하기보다는 갑자기 다들 제 살길만 찾는 식이 되어 버린다. 그날 리옹 역 앞에서 벌어진 대혼란은 뉴욕 증권 시장에 관한 뉴스 기사를 떠올리게 했다. 검은 화요일, 검은 목요일에 국제 시장이 붕괴하고 세계가 엉망진창이되고 증권 시장에서는 수천 명의 사람들이 넋이 나가서 목이 터져라 고함을 지르고 다들 심장 마비로 죽을 지경이 되는 것이다. 22년 전 9월 1일에 당신이 끼어 있었던 인파들이 바로 그랬다. 사람들이 폭도로 변해서 난장판을 벌이고 있는데 이를 책임지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당신이 있던 그 자리, 바스티유가 한때 서 있던 곳에서 엎어지면 코 닿을 거리에서 2백년 전 군중들이 벌인 소란도 이에 못지않았을테지만, 지금은 혁명의 기운이 감도는것도 아니었다. 그 사람들이 원하는 것은 빵도 자유도 아닌 택시였다. 택시 공급이 응당 있어야 할 양에 비하면 50분의 1도 되지 않았기 때문에 사람들이 씩씩대고 고함을치고 서로를 갈기갈기 찢어 버릴 기세였던것이다. 


    중략


    내가 좋았던 부분. 


    당신은 <옛날이 좋았지>라는 말을 싫어한다. 문득 향수에 젖어 지금보다 삶을 더 낫게 만들어 준 것만 같은 무언가가 사라졌다는 데 슬퍼하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할때면 스스로에게 당장 그만두고 잘 생각해 보라고, 지금을 볼 때와 같이 그때를 정밀하게 들여다보라고 말한다. 오래지 않아 당신은 그때와 지금 사이에는 거의 차이가 없으며 본질적으로는 같다는 결론에 이른다. 


    과거의 실패, 당신의 오판, 자기 자신과 타인을 이해하지 못한 무능력, 충동적이고 잘못된 결정들, 감정 문제에 대한 잘못된 접근에 비추어 보면 당신의 결혼 생활이 이렇게 지속된 것은 신기한 일이다. 당신은 이렇게 예상을 뒤엎고 행운이 찾아온 이유를 알아내려 애썼지만 아무리 해도 답을 찾아낼 수가 없었다. 어느 날 밤 낯선 사람을 우연히 만나 사랑에 빠졌다. 그녀도 당신을 좋아하게 되었다. 당신은 그럴만한 가치가 없었지만, 또 그럴 만한 가치가 전혀 없다고만은 할 수가 없었다. 그냥 어쩌다 그렇게 되었을 뿐이다. 당신에게 일어난 일은 운이 좋았다고밖에는 달리 설명할 길이 없다. 


    마지막은 이렇게.. 첫문장과 마지막 문장 모두 좋다.

    아무것도 아닌거 같은 일상이 아무것이 아닌것이 되는. 


    꿈속에서 아버지에게 이야기한 일, 지금으로부터 여러해 전 아버지가 의식의 건너편 어두운 방에서 당신을 찾아온 적이 있었다. 아버지는 탁자에 앉아 침착하고 신중하게 당신과 긴 대화를 느긋하게 나누었다. 아버지는 줄곧 당신을 따뜻하고 다정하게 대해 주면서 당신이 하는 말을 귀담아 들어 주었지만 꿈에서 깨고 보니 당신이 한 말이건 아버지가 한 말이건 한 마디도 기억나지 않았다. 재채기하고 웃고, 하품하고 울고, 트림하고 기침하고, 귀를 긁고, 눈을 비비고, 코를 풀고, 목청을 가다듬고, 입술을 깨물고, 아랫니 뒤를 혀로 쓸고, 몸을 떨고, 방귀를 뀌고, 딸꾹질을 하고, 이마에서 땀을 훔치고, 손으로 머리카락을 빗고 - 이런 일들을 몇 번이나 했을까? 몇 번이나 발가락을 채잉고 손가락을 찧고 머리를 부딪쳤을까? 몇 번이나 발을 헛디디고 미끄러지고 넘어졌을까? 몇 번이나 눈을 깜빡였을까? 몇 발짝이나 걸었을까? 몇 시간이나 손에 펜을 쥐고 보냈을까? 몇번이나 키스를 주고 받았을까?

    당신의 어린 자식들을 품에 안는것.

    당신의 아내를 품에 안는것.

    침대에서 나와 창가로 걸어가면서 차가운 마룻바닥에 닿는 당신의 맨발. 당신은 예순네 살이다. 바깥은 회색이다 못해 거의 흰색에 가깝고 해는 아예 보이지도 않는다. 당신은 자문한다. 몇 번의 아침이 남았을까?

    문이 닫혔다. 또 다른 문이 열렸다.

    당신은 인생의 겨울로 들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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