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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백패킹] Sabrina basin
    여행/하이킹 & 백패킹 2023. 9. 8. 02:29

    시에라 여름은 아름답다.
    그냥 아름다운게 아니라 미친듯 아름답다. 영어권에서도 똑같은 표현을 한다. insanely beautiful. 
    시에라의 아름다움을 24시간을 온전히 느낄수 있는 백패킹

    해가 뜨기전 푸르스름하게 변하는 하늘색과 곧 이어 붉게 물드는 잠시 찰나의 빛과 서쪽 만피트 넘는 피크들부터 내려오는 노란빛의 움직임, 곧이어 밸리까지 들어오는 햇살을 보는 시간.

    그 고요하고 변화 무쌍한 한시간의 빛의 변화를 보면서 즐기는 커피는 차가운 공기 때문인지 최고의 맛. 이는 좋은 커피 머신이 없이 인스턴트로 만들어진 커피지만 풍경과 바람과 숲의 향이 더 해 져서 일상에서 잠을 깨기위해 마시는 커피와는 비교할수 없는 감동을 준다. 

    사브리나 베이신은 9000피트까지 차로 들어간다. 이 높은곳까지 도로가 있어서 오웬스 밸리에 있는 비숍 5천피트에서 4000피트를 차로 올라가기 때문에 비교적 쉽게 고지대에서 출발 가능하다. 

    사브리나 베이신은 백패킹 포럼에서 best bang for the buck 이라고 불리는 곳 중의 하나 이다. 이곳은 트레일 헤드가 고지에서 있어서 이미 높은곳에서 출발 할 수 있고 6마일 안에 알파인 레이크가 10개가 넘게 있어서 짧은 구간에서 아름다운 레이크를 너무 많이 봐서, 부작용이라면 너무 좋은것만 보다 보니 나중에는 뭘 본건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좋은 음식을 처음에 먹을때는 와우 너무 맛나다 그러다가 하루종일 맛난 음식을 먹다보면 다 섞여서 뭐 먹었는지 모르는 그런 일이 생기는거랑 비슷. 

    또 이곳의 특이점은 레이크 이름이 
    hungry backpacker, topsy turvy, (drunken) sailor, pee week, donkey , dingleberry 이런 웃긴 이름들이고
    좀 멀쩡한 이름은 moonlight, midnight 정도 


    엘리자베쓰 웽크 책에서 읽은거 같은데 사브리나 리조트에서는 송어를 하이 씨에라 호수에 제공하는 일을 했었다고 한다. (송어 낚시는 레크리에이션으로..) 일꾼들이 말을 끌고 송어를 호수에 방류해주는데 어떤때는 안 돌아와서 찾으로 가보면 술에 취해 있고, 또 해가 떨어지면  돌아와서 배고파하고 있고 등등 이런 일화들을 가지고 호수 이름을 지었다고 전해진다. 이곳은 존 뮈어 선생이 안온게 분명하다. 그가 왔었더라면 호수 이름은 여자 이름들이었을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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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ay1

    우리는 베이 에어리아에서 5시 출발해서 비가 주룩주룩 내리는 소노라 패스를 건너 레이크 사브리나에 도착하니 11시 30분 정도가 되었다. 원래는 붐비는 곳이라고 하는데 오전에 비가 계속 와서 하이커들이 안 온 모양이다. 백패커도 몇 안되었다. 

    사브리나를 오른쪽에 끼고 걷다가 레이크 조지에서 나오는 물을 하나 건너고 스위치백을 돌아 돌아 올라갔는데도 아직 사브리나가 보이고 아직도 똑같은 호수 인가 하다 보니 다른 호수가 앞에 보였다. 블루 레이크. 

    아름다운 호수였으나 딩글베리까지 가야해서 많이 구경도 못 하고 계속 걷는다. 딩글베리가는 길은 경사가 급하지 않고 쉬운편. 오웬스 밸리가 보이는 절벽을 지나자 딩글베리 호수가 보인다. 레이크 들어가자마자 캠핑 싸이트가 많이 보인다고 하였는데 이미 텐트가 몇개 쳐져 있어서 트레일 따라 무작정 걷다보니 레이크 끝자락에 도착했고 비샵 크릭 옆에 텐트를 쳤다. 

    바람이 많이 불어서 안그래도 비가 내려서 추웠는데 더 추운날이었다. 호수 한쪽은 산쪽으로 피크 배경이고 다른쪽은 밸리로 떨어지는 인피니티 풀 같이 생긴 오웬스 밸리쪽에만 있는 특이한 풍경이다.  보통 시에라는 산중에 호수가 있고 산으로 둘러 쌓여 있는데 이곳 호수들은 한쪽면은 산들이고 다른쪽은 밸리로 뻥 뚫려 있다. 그래서 아침에 해가 뜰때는 오웬스 밸리에서 바로 해가 들어온다. 

    남편은 비샵 크릭에서 송어 낚시를 했는데 엄청 큰게 물었는지 한참 씨름 하다가 도망갔다. 추워서 일찍 저녁을 먹고 슬리핑백에 들어가 있다가 선셋을 보러 나간다. 구름이 많은날 해가 지는 모습은 빛이 이쁜데 이날은 분홍으로 살짝 물들더니 금새 없어져버렸다. 아마 구름이 너무 많았던 모양. 산쪽은 시커먼 구름들이 있고 밸리쪽은 뭉게구름이 보였다. 

    밤새 바람이 불었고, 추웠다. 

    Day 2

    백패킹 오면 항상 잠을 잘 못 잔다. 추워서 새벽 4시인데도 일어나지 않고 누워 있다가 6시쯤 커피를 만들었다. 추운날씨에 마시는 커피는 정말 맛 있다. 

    아침 7시 데이하이킹 출발
    비샵 크릭은 어제 내린 비로 물이 불어 있었고 (한달 전에는 눈 녹은 물이 허벅지까지 왔다고 하니 이 정도야), 슬리퍼로 갈아 신고 징검다리에 물이 찼지만 건넜다. 발시려. 

    아침 햇살이 들어오는 이곳은 야생화 만발에 초록초록 풀들이 요정들이 살거 같다. 굽이 흐르는 크릭도 이쁘고 뒷 배경의 눈 이 아직 있는 돌 산도 이쁘고 어느거 하나 이쁘지 않은것이 없다. 

    얼마 가지 않아서 hungry packer lake와 midnight lake 갈림길이 나왔다. 왼쪽으로 간다. 

    갑자기 아래에 호수 하나가 보이는데
    햇살에 반짝반짝 옥색 물빛이었다.
    topsy turvy 호수, 오우 이거 미친거 아니야 싶게 이쁘다. 

    길도 없는데 화강암 따라서 내려간다. 쉽다. 
    여기서부터 위쪽 세일러, 문라이트 레이크 일대를 사브리나 베이신이라고 하나? 아무튼 여기 정말 이쁜데 사진에 담기지를 않는다. 

    남편은 여기서 송어 하나를 잡고 다시 놓아 주었고 다시 가던 길을 간다. 호수에서 내려오는 물길 따라 올라가다보면  문라이트 폭포, 세일러 레이크, 문라이트 레이크가 10분안에 다 나온다. 나무도 없이 갑자기 시야가 확 트이는곳. 

    moonlight falls는 네셔널 포레스트에 실려 있는 사진이 있는 장소이고 올해는 눈이 많이 내려서 아직도 폭포 물이 많았다. 산 오른쪽 피크 배경으로 넘넘 이쁘고 앞쪽으로 꽃들이 만발한곳. 

    세일러 레이크는 막힘이 없이 확 트여 있어서 시원한 풍경이 아름 다웠고, moonlight lake는 터코이스 물빛이라는데 바람이 너무 많이 불어서 색이 에메랄드에 더 가깝게 보였다. 물은 아주 아주 맑았다.

    남편은 여기서도 송어 낚시를 한참 했는데 한마리도 못 잡았다는...

    아쉽지만 이번 트립에서 가장 기대를 한 hungry packer lake으로 출발. 호수 뒤쪽에 아주 높은 피크가 하나 있는데 구름이 가득한게 회색빛이라 과연 영롱한 터코이스를 볼 수 있을까 했는데 역시나... 해가 반짝 할때 여길 먼저 왔었어야 하는데 아쉽다. 

    날씨때문인지 산 때문인지 알 수 없으나 이 호수는 "기"가 강해서 나를 움추러들게 했다. 춥고 바람 많이 불고해서 아마 더 그랬던듯.  우리가 갔을때는 아침이라 그런지 그 전날 캠핑 했던 백패커는 다 떠나고 당일 들어오는 백패커들 도착 전이라 호수 전체를 남편이랑 둘이 다 차지하고 누렸다. 점심도 먹고 기다려봤지만 역시나 구름은 걷히지 않아서 다음 호수로 출발.

    호수 나오자마자 해가 쨍쨍인데 호수쪽은 아직도 구름속. 

    다음 레이크는 midnight lake, 여긴 햇살이 쫙 내리 꽂는데 반짝반짝 물이 이쁘다. 레이크 가는 길에 중간 중간 보이는 크릭과 작은 물웅덩이들도 이쁜곳. 게다가 뒤쪽으로는 오웬즈 밸리가 내려다 보이는데 그 높이는 여기가 12000 피트 정도 되고 저 아래가 5천이니 7천 피트 아래가 보인다. 미터로 따지만 2천 미터.. 한쪽은 산이 막고 다른쪽은 확 트여 있어서 이제까지 본적 없는 산세이다.  다음에 오면 여기 캠핑을 해야겠구나 생각했다.

    오후가 되니 데이 하이커들이 하나둘 보이기 시작했다. 
    우리는 하산 시작.

    딩글베리 캠프 싸이트 도착하니 그 전날 캠핑 했던 사람들은 다 떠나고 우리 텐트만 남아 있었다. 우리도 다음날 아침 하이킹 거리를 줄이려고 블루 레이크로 떠난다.

    내려오는길에 구독하고 있는 유튜브 하시는분을 트레일에서 뙁 마주쳤다. 나는 알아봤고 아는척 했고, 주접을 떨었다. ㅠㅠ 죄송합니다... 스토커 아니예요. 유튜브 컨텐츠 너무 잘 만들어 주셔서 자주 보다 보니...



    블루 레이크 도착.
    바람 엄청 분다. 
    호수쪽은 더 춥고 해서 호수가 내려다 보이는곳에 텐트를 쳤다. 저녁먹고 슬리핑 백으로 쏙 들어감.

     

    Day3

    새벽 네시에 커피를 만들어 마시고 달이 이쁘네, 오라이온도 잘 보이네 하며 텐트를 다 걷는다. 영하로 기온이 내려가서 물통에 얼음이 얼었고, 물 정수하는 필터 튜브도 얼어서 어머나 이런일이. 

    아침 6시에 하산 시작.
    동이 트기 시작하고 산봉우리에 내리는 햇빛이 점점 아래로 내려오기 시작했다. 사브리나를 왼쪽에 끼고 내려오니 7시 50분. 차 창문이 얼어 있었다. 

    이상 끝.
    집에 오는 길은 108에서 요새미티 120만나는 길에 정체로 8시간 걸림.

     

     

    Moonlight fall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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